"어디까지 견디실래요?" 가민 워치

2026년 9월 19일

2024년 쯤 운동을 추적하기 위해 중고로 가민 Instinct 2X를 영입했습니다. 가민 이전에는 2018년에 구매했던 애플 워치 시리즈 4를 사용했었는데, 당시에 그냥 다시 또 애플 워치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그때 안드로이드로 갈아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워치 자체가 배터리가 많이 닳아버렸고, 애플이 “수리”하는 부분은 배터리를 바꾸는 것보다 리퍼비쉬 모델로 아예 교체를 진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민을 사면 수리가 더 용이할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더 저렴하지 않을까 추측했습니다 (물론 이를 확인할 기회는 결국엔 없었지만요).

워치에서 기능을 얼마만큼 빼서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당시엔) 웨어러블 제조사들이 전부 판매 전략을 건강 위주로 진행했기에, 워치가 시간을 초단위로 표시해주고 건강 데이터를 여러 센서에서 수집하는데 사용할 간단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되어도 충분할 것 같다고 생각했죠. 가민 워치는 이 조건을 만족했고, 게다가 모바일 운영체제를 둘 다 지원해주었습니다.

이제 워치를 사용하는데 3년차에 접어들면서, 가민 워치에 대한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배터리와 충전

가민 워치들은 배터리 하나는 정말 오래 갑니다. 활성화하는 기능의 수와, 모델이 태양광 충전을 지원하는지에 따라 작동 시간이 일주일에서 길게는 영원히 (물론, 배터리가 아예 죽어버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돌아갑니다.

모든 건강 지표를 원했기 때문에 모든 기능을 켜버렸는데, Instinct 2X는 이 조건 아래 평균적으로 약 일주일 정도 후에 반드시 충전이 필요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샤워할 때마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충전 속도가 꽤 느려 0%에서 100%까지 가득 차는데 드는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어차피 물이 차서 센서가 작동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쓸모없는 시간에 조금씩 충전하는 게 오히려 나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능을 활성화해보니 든 생각으로, 그냥 태양광 충전이 없는 모델을 살 걸 그랬습니다. 매일 사용하면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거든요. 가민이 제공하는 어플 안에 언제 야외에 나갔는지 알려주는 화면이 있는데, 그걸 다 합산해도 기능이 전부 활성화되었을 때 배터리를 1%라도 올리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배터리 방전 속도를 늦추는 것을 생각해보더라도, 차이가 오차 범위 내외였기 때문에 그냥 무시할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든 생각으로는 가민이 아예 태양광 충전 모델들을 단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민 시계를 차고 오랜 기간 운동하시는 분들은 모든 건강 지표를 원하실 테고, 그 경우에는 태양 전지에서 뽑아낼 수 있는 0.5 W(아니면 그 이하)의 에너지가 센서들이 빨아먹는 전력보다 훨씬 덜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데이터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어차피 가끔씩 워치를 벗을 필요가 있을 텐데 그때그때 충전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충전 얘기가 나오면 당연히 충전기를 빼먹을 순 없는데, 충전기가 예상외로 꽤 불편했었습니다. 가민 시계들은 포고핀 단자 같은 것을 사용해서 충전하는데, 제대로 연결되었다는 신호음으로 딸깍 소리가 나긴 하지만, 가끔씩 물이나 다른 없음에도 불구하고 접촉 문제로 충전이 안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충전이 완료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시작조차 안하고 그냥 빈둥거리고 있던 케이스가 종종 있었죠.

워치와 충전기

성능

일상생활에서 느낀 성능은 사실 꽤 괜찮았습니다!

화면이 단색이고 픽셀-단위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워치가 렌더링할 게 별로 없습니다. 다행힌 부분은 워치 안 프로세서가 애초에 그것보다 더 할 수가 없거든요.

문제는, 최근 들어 업데이트를 여러 번 진행했더니 프로세서가 운동 중에 과부하가 걸려서 입력이나 화면 전환이 엄청나게 느려지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세트를 마치고 개수를 기록하기 위해 버튼을 누를 때, 10초에서 15초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문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흔했습니다.

물론, 이걸 재현해서 둥영상으로 찍으려고 하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침울한 현실인데, 아래 둥영상을 보시고 8번째 숫자에 나타나는 렉이 1초가 아닌 15초 동안 지속하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가민에서는 (운동을) 저장하는 것이 언제나 한참 걸렸습니다. 적어도 20초는 돌아가는 로딩 표시를 보고 있으면서 기다려야 하고,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보내버리거나 다른 운동을 시작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저장이 완료되면 또 휴대폰의 가민 어플에서 동기화를 시작해줘야 하는데, 데이터가 폰으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지 않아 수동으로 눌러줘야 합니다. (물론 블루투스의 대역폭에는 제한이 있고, 그마저도 아마 심장박동 스트랩 데이터를 불러오는데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요.)

한두번은 가민이 완전히 프리징이 걸려 강제 재부팅을 해야 했지만, 이 현상은 애플 워치나 안드로이드 웨어 워치에서도 발생하니 별로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화면 달린 웨어러블 기기라면 다들 한두번쯤은 어쩔 수 없이 크래시나 프리즈가 발생하는 것 같으니까요.

건강, 운동 추적, 센서 정확도

가민 워치들은 “몸 배터리 (?, Body Battery)” 정보를 표시해주는데, 수면 데이터와 스트레스 정도, 움직임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계산된 몸의 상태를 보여주게 됩니다.

자랑 좀 하자면, 거의 매일 5%에 도달하게 됩니다. 왜 5%냐고요? 왜냐면 가민은 수치가 5%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드코딩을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웃긴 것 같은데, 실제로 죽어야지 수치가 0%까지 내려갈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는, 그럼 5%가 그냥 새 0% 수치로 간주해서 계산하는 것이 더 올바른 듯 합니다. 착용한 사람이 반쯤 죽어가고 있는데 5%를 절약해둔다고 뭐가 바뀔까요.)

몸 배터리 스크린샷

아마 2시쯤 사망한 듯 합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건강 정보를 추적하고 싶다고만 했지, 건강해진다고 약속하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워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긴 했지만요.)

워치의 뒷면에 있는 심박수 센서는 (보면 안되지만) 알록달록 반짝거리는데, 심박수와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해줍니다. 괜찮은 것 같지만,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Beat Saber와 같이) 손목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꺾는 운동, 또는 손목을 굽히는 각도가 심해 센서가 혈관을 읽지 못할 정도의 운동(웨이트 운동)등을 하게 된다면, 워치가 규칙적으로 새 값을 받아오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가민 워치들은 애플 워치들처럼 가슴 쪽에 착용하는 심박 측정 스트랩과 호환되기 때문에 보유하고 계신다면 문제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를 지원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들은 무슨 생각인가 싶네요.) 그래서 운동할 때 대부분 가슴 스트랩을 끼고 운동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일상생활이나 수면 측정 때 스트랩이 없이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항상 궁금했었습니다. 직접 알아보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볼 만큼 궁금하진 않았지만, 만약 필요하시면 분명히 웹상에 나와 있으니 이 블로그 글을 읽고 나신 다음에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알림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알림을 미러링해서 가져오는 부분은 꽤 괜찮게 작동했습니다. iOS에서는 별로 워치를 사용해보지 않아 잘 작동할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놓쳐지는 알림이 있다면 가민 탓이 아니라 애플 플랫폼의 규제 때문일 겁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알림이 최초로 휴대폰에서 표시된 후, 블루투스로 스트리밍되면서 가민 워치에 약 2~3초 이후 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애플 워치 처럼 가민 워치를 착용중일 때 휴대폰의 알림을 받지 않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민 어플은 안드로이드의 알림 확인 API를 통해 알림 정보만 시계로 전송하고, 중간에 가로채서 없애지는 않거든요.

문제는 모든 알림이 제대로 렌더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미지는 표시가 안되었지만, 가끔씩 이모지나 한글 글씨도 깨져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손목에서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면 □□□□□□□ (얘네들을 서양권에서는 “두부”라고 하더군요)가 표시되어, 결국엔 집중이 깨져 휴대폰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림에 답장을 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스마트 답장 기능도 없고, 답장을 당연하게도 타이핑할 수 없고 (버튼이 5개 밖에 없는데 어떻게요?), 전회도 받을 수 없고요 (Instinct 외 모델은 가능한 모델도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만약 애플 워치처럼 가민 워치가 휴대폰 사용량을 줄여줄 것이라고 예상하시고 구매하신다면, 아마 알림 기능을 아예 비활성화하고 휴대폰을 만지지 않을 참을성이 있다고 세뇌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가민의 제약사항 때문에 오히려 휴대폰을 집어드는 경우가 더 많은데, 답장을 바로 손목에서 보내버릴 수 있다면 다시 업무로 돌아가는게 더 빠르거든요.

다른 “스마트”(워치) 기능들

가민도 “가민 페이” 기능이 있지만 사용하기 너무 불편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워치들에 비하면, (적어도 Instinct 2X 모델에서는) 가민 페이 기능을 쓰기 위해서:

  1. 화면 백라이트 버튼을 길게 누르고
  2. 가민 페이 아이콘까지 버튼으로 스크롤한 후
  3. 4자리 PIN을 상하 버튼을 사용해 입력한 후
  4. 카드를 선택해서 결제를 하게 됩니다.

셀프 계산대에서 이렇게 꾸물거리면 보나마나 눈치보이겠죠.

그리고 애플이나 구글 페이에 비교하자면, 모든 카드를 지원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가민 페이를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면 사용조차 할 수도 없죠.

워치 상 앱들을 보면, 가민도 Connect IQ라는 앱 스토어를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스토어 상 어플을 사용한 적도 드믈고, 직접 워치에 돌아가는 어플조차 개발하지도 않았습니다. 가민은 워치 어플을 개발할 때 독자적 언어인 Monkey C의 사용을 강제하는데, 이름과는 모순적이게 실제로 C와 비슷한 점이 없습니다. 가장 비슷한 언어는 Java 같은데, 컴파일 시 타입을 확인하지 않아 디자인을 꽤 괴상하게 한 듯 합니다.

폰 상의 Sleep as Android라는 수면 측정 어플이 가민 어플을 제공해서 한번 사용해 봤었는데, 가민 어플은 계속해서 크래서하거나, 프리징이 걸리거나, 수면 측정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잃어버리고, 현 상태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기 일쑤였습니다. 너무 어플이 문제가 많아, 수면 데이터를 하룻밤도 제대로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였고요.

물론, 이건 한 어플이고, 안드로이드 어플을 잘 만든다고 해서 개발자가 Monkey C를 잘 쓴다는 보장도 없지만, Connect IQ 스토어 상 다른 어플인 비공식 Home Assistant 어플을 시험해 볼 떄도 비슷하게 크래시하거나 짜증나는 문제들이 다반사였습니다.

써드파티 개발자들과 어플들 때문에 가민에게 책임을 묻는 건 너무하다고요? 그렇긴 하지만, 스펙과 SDK는 가민이 작성하고, 앱 스토어 호스팅도 가민이 담당하고 있죠. 그리고 원래 워치 판매를 목적으로 이러한 어플 베포를 장려하는 부분도 있으니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른 앱 스토어처럼, 적어도 플랫폼을 위해 개발자들이 개발을 할 때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거나 피할 수 있는 리소스를 제공하고, 테스트를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가민 워치를 쓰면서 개인적으로 빠져있어 아쉬웠던 기능들을 나열하자면:

  • 원격 카메라 셔텨. 물론 화면에서 카메라 스트림을 표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볼륨상 키를 포워드해서 사진을 찍을 순 있잖아요! 저렴이 미밴드도 지원하는 기능이니 안 해줄 이유가 없죠.
  • ECG 측정. Instinct 시리즈에선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 음성 어시스턴트 기능. 물론 구매할 때 이 기능이 없는 것을 알고 구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손목을 올리고 Siri/Google Assistant에다가 워치를 조작하지 않고 명령을 내린 다음, 다시 작업을 재개하는게 꽤나 유용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반복하지만, 워치를 구매할 때 상단의 기능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구매했고, 일일히 보면 그렇게 크게 문제되는 부분들이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쌓이면서 기능들에 의존성이 있다는 부분이 부각되게 되었습니다. 최초에 그렇게 워치가 그러한 기능이 자주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부분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능들을 못 쓰게 됨으로써 유용한 부분을 알아차리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 가민 워치들이 안 좋다는 소린가요?

아니요! 지난 3년간 가민 워치를 사용하면서 꽤 만족했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스마트워치가 제공하는 편리 기능들이 그리워지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민 워치가 원래 사용 목적인 운동에서조차 느려지면서 다른 대안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애플 워치로 갈아타게 되었는데, 요즘에 나오는 모델들은 가민의 “몸 배터리”와 비슷한 수치들을 지표로 나타내주고 있고, 센서들도 (적어도 애플 입장으로는) 비교적 더 정확하다고 합니다.

이 블로그 글을 다 읽으신 다음에 단점들이 크게 와닫지 않으신다면, 가민 워치를 구매하셔도 충분히 만족하시리라 봅니다. 정말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기능적으로 일부러 매우 지루하게 설계되었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제 손목에 차고 있던 가민 워치를 보고 궁금하셔서 물어보신 분들도 셀 수 없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가민의 경험에서 오는 여러 불편함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되고, 어떤 부분들은 개개인의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고 “어디까지 견디실지” 판단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