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스마트 키보드를 반품한 이유
아이패드 스마트 키보드를 주문해 5분 정도 사용한 다음 바로 반품해버린 이유들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의 스마트 키보드는 아이패드 에어 3용 키보드입니다.)
품질
처음 상자를 열었을 때, 가짜 키보드를 받은 줄 알았습니다.
스마트 키보드의 “케이스” 부분은 괜찮았습니다. 원래 아이패드에 씌워놓았던 스마트 커버와 질감이 똑같았고, 재질도 완전히 원래 케이스랑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키보드의 “키보드” 부분은 품질이 끔찍했습니다. 무슨 원본의 본을 따 만든 키보드인 줄 알았는데, 리뷰 사진들을 보고 나서 애플이 실제로 만들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무슨 천 같은 재질이 키들을 감싸면서 먼지 유입을 방지한다고는 하는데, 느낌상 매우 싼 느낌이 납니다.
진짜 너무한 것 같습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온라인에서 키보드 사진만 봐도 이상한 텍스쳐 때문에 싼 느낌이 확 납니다.
연결성
키보드 품질이 조금 안 좋아도, 블루투스 키보드보다 연결성이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패드에 있는 연결 단자로 연결하는데, 설마 블루투스보다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겠죠?
그 설마가 맞았습니다… 처음 키보드를 연결했을 땐 작동이 괜찮았습니다. 키보드 입력은 괜찮게 동작했고, 키를 눌렀을 때 반응도 정상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화면에 반사가 일어나 화면이 잘 안 보여서 아이패드를 살짝 앞으로 기울였더니 키보드 연결이 바로 끊어집니다.
이상하게도, 아이패드의 밑 부분이 키보드의 고무 “바"에 닫지 않으면 키보드가 작동하질 않습니다. 단자로 연결하면 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왜 아이패드 화면 각도를 조정하려 밑 부분을 2센치 옮기면 연결이 끊기는 걸까요?
진짜 연결 끊기는 것이 이상해서 불량품이 걸렸나 했습니다. 기울이는 것만으로 키보드 동작이 멈추는 것은 하자가 아니면 진짜 괴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키감
키보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키감입니다. 키가 너무 스펀지같거나 초라한 (?) 느낌이 나면 안 되는데, 스마트 키보드는 키감이 나쁘진 않았지만 키 위의 천 재질이 키감을 떨어뜨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키를 실수로 못 눌렀다던가, 키가 이중으로 눌리는 현상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타자를 치면서 손이 키보드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가 잦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키보드를 5분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아서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키보드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다른 키보드가 훨씬 더 괜찮은 키감과 타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스마트 키보드처럼 작은 공간에 좋은 품질의 키보드를 구겨넣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키보드 크기가 작으니 키감을 살리는 것이 힘든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키보드의 주 목적은 타자를 위한 건데, 키감이 좋지 않아 타자가 불편하다면 주 목적을 달성하지 않아 제 생각으론 좋은 제품이 아닌 것 같습니다.
빠진 키들
키를 얘기하면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스마트 키보드에선 중요한 키 몇 개가 빠져 있었습니다.
일단 제 생각으로 가장 중요한 Esc 키가 빠져있어, 개발 작업을 진행할 때 방해가 많이 되었습니다. Blink를 사용해서 서버로 SSH 접속을 해서 작업을 하는데, Esc 키가 없으면 키를 필요로 하는 많은 리눅스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으론 제대로 된 키보드는 꼭 Esc 키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키보드 상에 function (기능) 키들이 하나도 없는데, 볼륨이나 밝기 조절, 홈 화면으로 돌아가기 버튼, 미디어 재생 조절 버튼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엔 거의 대부분 있는 기능인데, 있어야 아이패드 사용이 훨씬 편해집니다. 없으면 설정을 조정하려 아이패드 화면이나 옆에 볼륨 버튼으로 손이 가 귀찮습니다.
이동성과 무게
스마트 키보드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언제나 사용할 수 있게 아이패드에 부착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점입니다. 하지만, 아이패드에 언제나 부착되어 있다면 아이패드 자체가 무거워지고, 들고 다니기에 힘들어집니다.
스마트 키보드는 자석으로 부착이 되서, 키보드가 필요없는 상황에서 (예를 들어, 넷플릭스 시청) 아이패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장착이 되어 있지 않아 그냥 아이패드를 들어 올리면 되는데, 스마트 키보드는 힘을 줘서 먼저 자석에서 분리해내야 아이패드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키보드를 뒤로 접고 더 무거운 아이패드를 사용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키보드를 구입하면서 제가 바라던 것은 적어도 로지텍 K380보다 무게가 적길 바랬지만, 두 제품을 비교한 결과 그렇게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로지텍 키보드는 아이패드에 붙어있지 않아 사용하기에 무척 편리했습니다.
가격
한국에서 스마트 키보드는 애플에서 현재 ₩199,000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오픈마켓에선 가격이 조금 더 싸긴 합니다.) 비교 대상으로 K380은 ₩34,500, 더 싼 키보드는 약 ₩21,670에 판매되는데, 정신나간 수준입니다. 그 가격으론 블루투스 키보드를 여러 대 구입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남은 돈으로 글을 잘 작성하게 커피나 한 잔 사 마실 수 있습니다.
요약
위에 생각을 정리해보면 결론이 엄청 쉽습니다. 스마트 키보드는 이해할 수 없는 제품입니다. 하나라도 성공했더라면 애플이 직접 만든 기기니까 납득을 어떻게든 하면서 구입할 수 있었을 수도 있지만, 하나도 충족을 못 하고 단점이 너무나 많아 시중의 다른 써드파티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구입 가치가 전혀 없는 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