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배터리 교체 후기: 애플이 타인 심카드를 줬습니다?

아이폰 배터리 성능이 80%로 닳아버려 한 일주일 전 쯤 수리를 위해 애플에 아이폰을 택배로 보냈습니다. (사실 진단 프로그램에서는 80%보다 더 낮은 77%로 표기됐는데, 설정 페이지에서는 애케플이 만료되는 걸 지켜보라는 듯 마냥 80%에서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지원팀에 연락했더니 진단 프로그램에서 제가 본 동일한 값이 나와 수리를 승인해줬습니다.)

일주일 지나니 오늘이 되어 폰이 다시 왔습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처음으로 나온 건 항목별 수리 명세서였는데, 애플이 배터리와 무슨 이유에선지 조도 센서를 바꿨다고 표기되어 왔습니다:

바뀐 부품의 번호를 표기한 항목별 수리 명세서

제 추측으론 수리 도중 센서가 고장났거나, 평상시 사용할 때는 괜찮았다가 진단할 때 통과하지 않아서 교체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난 2년 간 사용하면서 조도 센서가 오작동하는 건 못 느꼈거든요.

실제 아이폰이 들어있는 상자-속-상자를 열었을 때, 처음으로 눈치챈 건 원래 부착되어 있던 강화유리가 없어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화면을 열어야 하니 그건 이해가 되죠. 하지만, 화면을 열 때 조심해서 분리하지 않았는지, 금속 도구로 프레임을 긁힌 자국이 여럿 보였습니다:

아이폰 화면 밑 부분에 난 긁힌 자국들

물론 자세히 안 보면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실망할 수 밖에 없죠. 엄청 깨끗하게 사용했고, 택배로 부칠 땐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냈는데, 누구든지 받았을 때 상태가 보냈을 때 상태와 비슷할 거라 예상합니다. (특히 애플 공식 수리 센터에 접수했을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죠.) 댓글로 애플을 옹호하기 전에, 만약 사설 수리 센터에서 똑같은 자국들을 냈다면 똑같이 얘기하실 수 있으세요?

어쨌든,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전원을 켰을 때 초기 설정 화면이 나왔는데, 수리하면서 폰을 공장 초기화한 듯 합니다. (당연히 백업은 해뒀죠.) 하지만 설정 과정을 거치는데, 이상하게도 상태바에 신호가 뜨면서 “5G 광대역” 표시가 옆에 나타났습니다. 제 심카드는 아직 넣지도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애플 직원이 실수로 수리된 제 아이폰에 다른 사람의 티모바일(T-Mobile, 미국 통신사) 심카드를 넣어 보내버렸습니다. 아이폰 자체는 전에 적어뒀던 일련번호가 맞아서 다른 사람 아이폰을 받은 건 아니고요.

티모바일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하니, 원래 주인이 심카드 재발급을 진행하면 되니 그냥 심카드를 버리라고 했습니다. 혹시 애플이 다시 달라고 요청할까봐 일단 옆에 둘 예정인데, 사실 이렇게 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수리를 위해 기기를 보낸다면, 언제나 케이스와 같은 악세서리와 특히 심카드를 빼고 보내세요! 이렇게 다른 사람이 실수로 심카드를 받을 수도 있고, 타인이 자신의 번호를 갖고 있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총정리: 배터리 교체됨, 성능 상태 100프로, 프레임 긁힘, 애플이 외로울까봐 누군가의 번호를 소개해줬습니다. 10점 만점에 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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