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ppa에서 사기 당한 경험담 적어봅니다
올해 1월에 미개봉 삼성 갤럭시 Z 폴드5를 구매했습니다. 당시에 안드로이드 어플을 개발할 폰을 찾고 있었는데, Swappa에 올라온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에는 꽤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고, 폴더플 화면에서 어플들을 시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구입했습니다.
돈을 다 지불하고 나서 정신이 조금 들어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 휴대폰이 제대로 된 폰이 맞는지 물어봤습니다. 답변은 (꽤 무례하게) 돌아왔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제대로 된 폰이 오길 바라면서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택배가 도착했을때, 잠시동안은 그렇게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원래 공장 밀봉 스티커가 다 온전하게 붙어있었고, 열어보니 안에 구글 파이 (Google Fi) 유심 카드도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예상으로는 Fi 프로모션에서 폰을 저렴하게 할인받아 구입한 후 재판매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5개월 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문제 시작
6월 어느날, 폰에 신호가 안 잡히는 걸 눈치챘습니다. 한국에 다시 귀국해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가져온 eSIM이 로밍 신호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시스템 상 버그인 줄 알고, Visible(번역 메모: 미국의 MVNO 통신사명)에 연락해서 eSIM을 재프로비져닝하고 와이파이 통화를 활성화시켜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몇 번 연락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역시나 IMEI값을 조회해보니, 블랙리스트 상태로 떴습니다:
당연히도 판매자는 Swappa 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전 즉시 PayPal에 클레임을 열었습니다. 근데 클레임을 확인하는데 PayPal이 하도 시간을 많이 끌어서 가끔씩은 판매자와 한통속인지 할 때도 있었죠. Swappa 상에서는 한번도 답변을 주지 않았지만, PayPal 클레임 상에선 “판매 당시 폰이 블랙리스트 처리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와 같은 이상한 “증거"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달간 계속 증거만 올리다가, PayPal이 결국 내놓은 해결방안은 제가 공식 경찰 진술서를 제공하면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전 아직도 한국에 있었고, 폰이 블랙리스트 당하는 바람에 전화도 걸 수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Visible은 미국 밖에선 eSIM 재다운로드조차 허용하지 않고요.
일단 휴대폰 번호를 미국 밖에서 eSIM 재다운로드를 허용하고 와이파이 통화를 지원하는 통신사로 번호이동했습니다 (이게 왜 기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 보안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진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보안관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데도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내주신 Tippecanoe 카운티 보안관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결국, PayPal에 클레임을 연 지 한 달만에 PayPal이 클레임을 제 편으로 종료시키고 전액을 환불해줬습니다.
블랙리스트 원인?
그럼 어떻게 판매 후 5개월 있다가 폰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는지, 어떻게 이를 예방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PayPal 증빙 서류 제출이 한창일 때, Google Fi에 연락을 취해서 블랙리스트된 폰에 대해 물어봤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즉, 사기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기꾼은 Google Fi에서 새 폰을 사고, 휴대폰 보험에 가입합니다
- 사기꾼은 이 폰을 페이스북 중고장터나 Swappa와 같은 중고장터에 올립니다
- 중고 거래가 성사된 후, 사기꾼은 뜸을 살짝 들여 구매자가 폰에 문제가 없다고 믿게 만들죠
- 이후 휴대폰 분실/도난 신고를 진행합니다
- 보험 회사에서는 사기꾼에게 (사기를 반복할 수 있도록) 폰을 새로 줍니다
- 동시에 폰을 블랙리스트 처리하고, 중고 구매자가 피해를 받죠
꽤 영리한 수법인데, PayPal류의 구매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고 구매 보장 제도같은 게 없다면, 이 시점에서는 사기꾼을 소액 청구 법원에서 고소하지 않는 이상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거의 이 시점에 가까웠는데, 제 클레임이 끝난 후 일주일 후에 PayPal 구매 보장 제도가 종료됐거든요. 만약 사기꾼이 조금만 더 뜸을 들였다면 아마도 환불을 못 받았을 것 같습니다.
사기꾼 입장에선 단점이 없는 사기입니다. 만약 성공하면 거의 100만원을 갖게 되고 다음 사기를 위한 새 폰을 받게 되죠. 만약 (제 경우처럼) 실패한다면, UPS 배송비만 잃고 (만약 PayPal이 청구한다면) 판매자 환불 수수료만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이 사기에 당한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중고폰을 구입하는 이상 이런 사기를 피하는 것은 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사건 이후로 판매자가 신뢰하는 지인이 아니면 아마도 다시는 중고폰을 사지 않을 겁니다. 휴대폰 보험은 원 구매자가 매달 보험금을 지급하는 동안 계속 이어지니, 언제든지 블랙리스트될 수 있거든요.
해외에 나와 있는 동안 미국 전화번호를 살려내는데 들인 고생만 생각해봐도 두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똑같이 고생하시지 마시고, 그냥 돈을 조금 더 들여서 제대로 된 새 폰을 구매하세요.
수정
PayPal에서 영구 차단 조치를 내려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PayPal 계정을 해외에서 접근한다는 명목으로 설명했는데 (아니 한국에 나와있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러다가 제가 방학에 잠시 나왔다고 설명하니 더 이상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구매 5개월 이후에 연 클레임 때문에 강제 차단된 것 같습니다.
혹시 소명 절차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답변으로 거절되었고 결정은 변하지 않는다고 안내받았습니다. 참 쪼잔한 회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