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사들은 틀림없이 거꾸로 진화할 겁니다

미국에서 지난 1년 간 생활했기에 한번 한국과 미국 통신사들을 비교하면서 왜 한국 통신사들이 끔찍한지 설명해보겠습니다.

번호 명의 섞기 금지

한국에 eSIM이 도입되는데 한참이 걸렸지만, 마침내 도입되었을 때 여러 제약이 뒤따라왔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한 휴대폰에서 명의가 다른 심카드 2개를 사용할 경우 두 회선이 모두 정지된다는 것이죠.

만약 부모님 휴대폰에 신호가 안 잡힐 때 휴대폰 문제인지 심카드 문제인지 확인해보려고 잠시동안 심카드를 본인 휴대전화에 넣어도 바로 두 회선이 모두 정지되고, 다시 활성화하려면 가까운 통신사 지점을 찾아가서 시간을 낭비해야 합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듀얼심 단말기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제약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듀열심 단말기들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가 통신사의 입김이 강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eSIM이 도입된 이후로는 위에 방식대로 심카드를 섞는 게 가능해졌죠.)

빌미는 대포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 물리심을 사용할 때도 대포폰이 문제가 되었는데 얼마나 효력이 있지 싶습니다.

IMEI 수집

위의 제약사항을 강제하기 위해, 한국 통신사들은 eSIM을 발급할 때 휴대전화의 IMEI값 2개를 전부 수집해갑니다. 이 정보를 사용하여 단말기에 들어간 심카드들이 전부 한 명의로만 개통되어 있는지 확인하죠.

말도 안되는 게, 이 세상에 한국을 제외하고 IMEI 값을 전부 가져가는 통신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eSIM을 발급받을때 IMEI 값 하나를 Visible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MVNO 통신사) 어플에 입력하는게 전부였습니다.

eSIM 발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한국에서 eSIM 발급받는거, 너무한거 아니에요?

한국에서 eSIM을 재발급받으려면 매번 통신사에 2,75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eSIM을 옮기는 것을 허용하는 제 통신사(Visible)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대조되죠.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한국 빼고 eSIM 재발급 비용을 청구하는 나라 하나 없습니다.

eSIM 존재 이유 자체가 다 디지털 방식이기에 실제 물리 심카드를 생산하는 비용이 없고, 서버에서 몇 비트만 바꾸고 변경된 eSIM 정보를 전송하는데 돈이 설마 그만큼 들어갈까요?

한국 통신사 입장은 재발급 비용이 eSIM 기술에 관련된 로얄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통신사들은 이 금액을 가입자들에게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미 엄청나게 비싼 통신비를 지불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냥 욕심 좀 버리고 금액을 통신사측이 부담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아, 그리고 eSIM을 실제로 다시 받는 과정을 한번 볼까요?

미국에서는 eSIM을 재발급받기 위해선 어플에서 몇번만 누르면 재발급이 완료됩니다.

한국에서는요. 평일 업무 시간 중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다운로드 절차가 제발 아무런 문제 없이 동작하기를 빌거나, 직접 통신사 영업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저처럼 지구 반대편에 있다면 하기 꽤 힘든 일이죠.

의미없는 4G/5G 구분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통신 기술 세대 구분이 없습니다. 만약 새로운 5G 폰을 구매한 다음에 기존 4G 폰에서 심을 이식하면 바로 5G 통신을 사용할 수 있죠.

한국에서는 4G와 5G과 구분되어 있기에 가입시 이걸 요금제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물론, 5G로 가입하면 가격이 더 비싸지죠.

문제는, 가입자들은 5G가 4G보다 그렇게 더 많은 장점이 없기에 그냥 4G를 쓰는데 만족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통신사들은 통신 장비를 증설하는데 돈을 들이지 않고, 결과적으로 계속 4G와 5G를 병행해서 사용하게 되죠.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시작부터 모든 가입자들을 5G로 넘겼기 때문에, 5G 관련 장비를 증설할 명분이 더 많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럼 사용되지 않는 낡은 장비를 철거하고 3G와 4G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게 되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렇게 이윤 추구만을 이유로 통신 세대를 구별한다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통신망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품질 떨어지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한국에는 없는 통신 기능도 하나 소개해드릴까요?

Wi-Fi 전화(의 부재)

만약 통신이 원할하지 않은 장소에서 Wi-Fi가 있다면 Wi-Fi를 통해 전화할 수 있음 좋지 않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널려있는 게 공공 Wi-Fi지만, 정작 그걸 통해 전화는 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지방 쪽에서 여행 중 이것 때문에 꽤 짜증났던 적이 있습니다. 통신 신호는 없지만 꽤 좋은 Wi-Fi 연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심 쪽으로 이동해야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었죠.

이건 이미 선진국 통신사들은 오래 전부터 지원하는 기능인데, 왜 한국만 도입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비용 문제 때문이 아닐지 추정만 할 수 밖에 없죠.

비용 얘기가 나온 김에 금액 한번 비교하고 마치겠습니다.

무제한의 비용

미국에서는 무제한 전화, 문자, 데이터(물론 5G죠!)를 사용하기 위해 25달러 (한화 약 33,000원)을 지불합니다. 테더링도 제약없이 완전 무료죠.

한국에서는 비슷한 서비스를 위해 1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합니다. 3배가 넘는 가격을 내도 테더링에 제약이 있죠.

만약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이 추세가 계속될거라 예상합니다. 돈을 많이 내고도 돌아오는 건 적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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