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와 아이클라우드 포토
구글/아이클라우드 포토를 쓰면서 사용기 및 문제점을 적어봅니다.
아이클라우드 포토에서 구글 포토로 갈아타기
애플 기기가 아직 있다면 과정이 엄청 쉽습니다.
- 아이클라우드 포토를 끕니다. 모달이 나오면 사진과 둥영상을 모두 다운받는 옵션을 선택합니다.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구글 포토에 올라가는 사진의 품질이 “최적화"된 나쁜 품질로 업로드됩니다.
- 구글 포토를 다운받습니다.
- 구글 포토 백업을 키고 백업이 완료될때까지 기다립니다.
- 이동이 완료되면 구글 포토를 삭제하고 필요하다면 아이클라우드 포토에서 사진/둥영상을 삭제합니다.
반대로 갈아타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구글 테이크아웃은 쓰지 마세요
첫번째 시도로 구글 테이크아웃(Google Takeout)을 사용해서 구글 포토에서 아이클라우드로 사진과 둥영상을 옮기려 시도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구글 테이크아웃이 내보내준 사진과 둥영상의 메타데이터가 다 파기되어 나옵니다. (여기에서 메타데이터는 사진을 찍을때 삽입되는 추가 정보로, 주로 사진을 찍은 시간과 위치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완전히 메타데이터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고, 파일을 쪼개서 .json
형식으로 메타데이터를 출력합니다. 이렇게 “쪼개진” 파일은 원본 매타데이터가 손상되어 있는 상태로 나와서, 날짜 정보가 테이크아웃을 한 날짜로 설정됩니다. 짜증나게도, 모든 사진에 이렇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 왜 구글이 이러는지 의아합니다. 어떤 사진과 둥영상은 원본 메타데이터가 고스란히 박혀 나오는데, 또 중복되서 .json
이 다시 나옵니다.
아마도 다시 메타데이터를 원본 파일에 박아넣게 스크립트를 작성하면 되겠죠. 그럴 필요는 없는게, 아래에 이미 다른 분이 작성한 스크립트를 링크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아예 모르는 분들에겐 완전히 끔찍한 경험일텐데 왜 굳이 구글이 이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거기에다가 이 방식으로 사진을 추출하면 특정 “라이브 포토”(애플의 움직이는 사진 기능)는 보존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구글의 탓이라기보단 애플한테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쉽게 말해서, 만약 사진이 JPG/PNG 포맷이고 “라이브 포토"가 MP4면 맥의 포토 어플에 끌어놓으면 다시 깔끔하게 “라이브 포토"로 병합됩니다. 하지만, 사진이 HEIC/HEIF(고효율 포맷)이라면, 맥에서 인식을 하지 못하고 두 사진/둥영상으로 쪼개놓아 불러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걸 아예 모르고 그냥 테이크아웃이 준 사진/둥영상을 아이클라우드로 불러오게 된다면 사진 라이브러리가 망가집니다. 한번 이렇게 불러오기를 진행했더니 메타데이터 시간이 안 맞아서 사진이 뒤죽박죽 섞이고, 아까의 HEIC/HEIF 버그로 한 사진이어야 될 것이 여러 장의 사진으로 나뉘어져서 라이브러리가 엉망이 됐습니다.
수정글: 테이크아웃에서 쪼개져버린 메타데이터를 병합해주는 파이썬 스크립트가 있긴 있는데, 이 스크립트도 HEIC/HEIF 파일은 지원하지 않기에, 구글 테이크아웃으로 사진을 내보내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구글 포토에서 아이클라우드 포토로 갈아타기
그럼 제대로 사진과 둥영상을 옮기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아이클라우드 포토를 킵니다.
- 구글 포토 어플을 다운받습니다.
- 구글 포토 어플을 실행했을때, 자동 백업을 키면 안 됩니다.
- 사진 한 장을 누르면서 2초 기다렸다가 드래그해서 여러 장을 동시에 선택합니다. 이때, 사진의 양이 너무 많으면 다운로드가 실패합니다! 거기에다가, 파일 타입이 섞이면 (예를 들어 사진과 둥영상을 동시에 선택했다면) 다운로드가 멈춰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구글 포토 어플이 참 끔찍합니다.
- 내보내기할 파일을 선택했다면 “공유” 버튼을 누른 다음에 “기기에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웹 버전과는 다르게 점 3개 메뉴 아래에 다운로드 옵션이 있는 게 아니라 공유 메뉴에 옵션이 위치해 있습니다.
- 구글 포토가 사진과 둥영상을 자동으로 다운받습니다.
- 다운로드가 완료되면, 구글 포토 어플을 삭제합니다. 이때 구글 포토 어플에서 사진을 지우면 안됩니다. 휴대폰 어플상에서 사진을 지우면 방금 다운받았던 사진도 같이 지워지고, 결과적으로 아이클라우드 포토에서도 지워지게 됩니다! 만약 구글 포토에서 사진을 삭제하고 싶다면 어플을 먼저 삭제한 후, 웹 버전에서 사진을 지우시면 됩니다.
구글 테이크아웃과 달리, 이 방식은 메타데이터와 “라이브 포토"들을 모두 보존시킵니다.
물론 아까 적었듯이 구글 포토 어플도 버그투성이입니다. 일단 다운로드와 내보내기 기능이 엄청 느리고 버그가 많습니다. 여러 번 다운로드를 진행하면 어쩌다가 한번씩 “다운로드에 실패했습니다” 문구가 뜨는데 (이 오류는 거의 대부분 사진 타입을 섞어서 발생합니다. 즉, 사진과 둥영상을 같이 다운받았다거나, 둥영상과 “라이브 포토"를 같이 받았다거나, 패노라마와 연속 촬영(버스트 샷, burst shot) 사진을 같이 받았다거나, 등등), 이 문구가 떴을 때 진짜로 다운로드가 실패했다면 그냥 다시 다운을 실행하면 되는데, 문제는 구글 포토가 다운로드가 완료된 몇몇 사진과 둥영상을 이중으로 다운받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운로드를 시작하면 몇 개의 사진은 중복이 됩니다.
거기에다가 어플 상의 진행 표시줄은 완전히 쓸데없는데, 다운로드 도중에 좌우로 왔다갔다합니다. 거기에다가 멈춰버리거나, 그냥 에러를 내뱉고 사라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그냥 전체 선택 크기로 진행 표시줄을 만들면 되는데 왜 굳이 이렇게 코드를 짜놓았을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진행 표시줄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진 않아도, 적어도 반대로 가는 경우는 없어야 될 것 같은데…
아까 적었듯이 다운로드는 느리고 종종 멈춰버립니다. 멈추면 수동으로 취소해야 하고, 취소한 다음 무슨 사진을 다운받았고 무슨 사진은 안 받았는지 일일히 확인한 다음, 다운된 사진들을 선택 해제시키고 다시 다운로드를 시작시켜야 합니다.
또다른 버그로는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연속 촬영 사진을 수동으로 다운받아야 됩니다. 여기에서 “수동"이 진짜 “수동” 그 자체인데, 연속 촬영 사진을 연 다음, 프레임 하나를 선택하고, 저장하고, 두 번째 프레임을 선택하고, 저장하고, 세 번째 프레임을 선택하고… 이 과정을 모든 연속 촬영 프레임에 반복해서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연속 촬영 사진이 완전히 다운받아지는데, 과정 하나는 참 복잡하고 귀찮습니다!
마지막 버그는 꽤 심각한데, 구글 포토가 조용히 몇몇 HEIC/HEIF 사진을 손상시킵니다. 그래서 아까 과정 중 하나가 구글 포토의 자동 백업 기능을 끄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구글 포토가 다운받던 도중 손상된 파일을 다시 업로드한다면 그 사진은 다시 복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특이하게 이 버그에 걸려든 사진들이 모두 다 촬영후 편집을 한 사진들이라서, 아마도 구글 포토가 사진을 다시 다운받을 때 편집 정보를 제대로 불러오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약 사진이 손상되면 아이폰 포토 어플 상에서는 빈 칸으로 표시되고, 사진을 열었을 경우 검은 화면이 나오면서 오른쪽 아래에 느낌표가 출력됩니다. 느낌표를 누르면 “이 사진의 고품질 버전을 로딩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했습니다"가 표시되는데, 구글 포토에서 사진을 다시 다운받아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우회 방안이 있긴 있는데, 맥 포토 어플에서 사진을 우클릭한 다음 “원본으로 복귀"를 누르면 편집 데이터를 삭제하면서 사진을 복구시킵니다.
진짜 구글 포토, 이런 건 너무 성의없이 만든 것 같아요.
그럼 무엇이 더 낫냐?!
앱 개발을 위해 iOS하고 안드로이드를 둘 다 쓰고 있어서, 두 서비스를 다 써봤는데, 구글 포토가 기능이 훨씬 더 많고 안드로이드에서도 지원되서 아이클라우드 포토를 이길 줄 알았더니… 오히려 구글 포토가 내보내기 과정에서 문제가 많이 드러나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고민이 됩니다.
가족 대부분이 애플 기기를 사용하고, 두 서비스에 동시에 용량 비용을 지불하려니 낭비인 것 같아서, 아마도 아이클라우드 포토만 계속 사용하고 구글 포토는 무료 용량으로 안드로이드에서 찍은 사진과 둥영상을 아이클라우드로 이동하는데에만 사용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구글 원(Google One) 멤버십이 너무 비싼 것도 아니지만, 한국에선 왠지 반쪽짜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취소하고 무료 용량만 사용하는게 맞는 듯 합니다.
거기에다가 이런 생태계에서 “탈출"하는 것을 날마다 힘들게 만들고 있으니,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대부분 오래 쓰게 될 듯 합니다. 그래서 만약 가족이 한 생태계에 갇혀 있다면, 다 같이 “탈출"하는게 매우 귀찮아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구글 포토에 사진/둥영상 관리 기능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으르도 사용하는게 엄청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포토를 사용하면서 구글이라는 업체를 믿을 수 있는지 계속 의문점이 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조금 꺼림칙했습니다. 좀 유별난게 아닌가 하실수도 있지만, 구글이 원래는 광고업체이다 보니, 제 사진을 가지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가르치는게 좀 싫더라고요.
아이클라우드 포토에서 이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주체가 구글에서 애플로 변경되는 것이죠. 애플이 만약 어느날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을 아예 없애버리고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쓴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까진 구글보단 더 신뢰가 갑니다. 물론 일반인은 이런 것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사진하고 둥영상을 자동으로 백업해주는데 사생활 그런거 걱정할게 뭐가 있다는 거야? 라고 생각하죠.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이클라우드 포토를 추천하고 싶은게, 사진 백업도 아이클라우드 포토가 쉽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일 구글과 애플의 서버가 전부 사라지면 사진도 다 사라지기에, 온라인으로 사진이 동기화되어도 스스로 백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맥을 사용한다면 타임 머신을 활성화시키고 “원본 보관” 옵션을 키면 맥이 자동으로 사진을 또 백업해줍니다. 구글은 데스크탑 어플 하나 없고, 아까 보았듯이 제대로 된 내보내기 옵션은 존재하지도 않아 백업이 불가능하기에, 이 부분에선 아이클라우드가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사진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싶다면 더더욱 구글 포토가 불리해집니다.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둘 다 괜찮지만, 한번 선택하면 바꾸는 것이 매우 힘들기에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둘 다 쓰면 안돼요?
쓸 수 있지만, 염두해 두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 구글 포토를 한 애플 기기에만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 대에서 구글 포토를 보고 싶으시다면 딱 한 대의 기기에서만 자동 백업 기능을 켜야 됩니다.
- 자동 백업 기능을 킨 기기에서는 아이클라우드 설정에서 “원본 보관” 옵션을 선택해야 구글에 원본 사진이 업로드됩니다.
여기에서 단점이 있는데, 안드로이드에서 찍은 사진이나 구글 포토에 직접 업로드한 사진은 아이클라우드 사진으로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기에, 어쩌다가 한번씩 수동으로 구글 포토에서 사진을 다운받아 동기화시켜야 합니다.
만약 자동 백업 기능을 비활성화한다면, 반대로 가는 사진도 업로드되지 않지만, 이전에 업로드되었던 사진은 보존됩니다. 아직은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클라우드 사진을 볼 순 없지만, 데스크탑에선 웹 버전으로 아이클라우드 포토에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